MY NAME IS : 프로듀서 `13` (SCORE, Megatone) - 르세라핌 작업 이야기

 출처: https://mixmag.kr/5548

 

프로듀서 `13`하이브 산하 레이블 `쏘스뮤직(SOURCE MUSIC)`을 통해 데뷔한 6인조 걸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의 미니앨범 `FEARLESS`를 제작한 프로듀싱 팀이다. 테크노, 팝, 힙합, 일렉트로닉 등 다채로운 장르 경계를 오가는 프로덕션이 빛나는 이번 앨범에서 프로듀서 `13`이 가장 중요시 여긴 것은 프로듀서 본연의 역할. 르세라핌의 스토리와 메세지가 두드러지게끔 구성은 미니멀하게 연출하되 더욱 영리하고 절제된 편곡을 통해 트렌드와 그룹의 아이덴티티를 전달하기 위한 의도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것이다. Mixmag Korea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프로듀서 `13`의 `FEARLESS` 앨범 작업기와 `르세라핌`이 그 과정 속에서 프로듀서진과 어떻게 소통했는지와 관련하여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어보았다.


Editor : 박민천

Photography : 쏘스뮤직(SOURCE MUSIC)


Q. 르세라핌, 그리고 프로듀서 `13` 모두에게 앨범 발매를 축하한다는 말을 전달하고 싶다. 맨 처음 어떻게 르세라핌의 앨범 프로덕션을 맡게 되었는지, 앨범 발매 후 팬들의 반응 혹은 그룹 구성원들의 앨범에 대한 반응은 어땠는지?



축하 감사드린다. 작년에 하이브의 레이블 쏘스뮤직에 프로듀서로 합류했고 당시 준비 중인 프로젝트였던 르세라핌의 메인 프로듀서를 맡게 되었다. 컨셉 회의부터, 곡작업, 녹음, 후반작업들까지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은데, 대부분 좋은 반응이라 굉장히 기분이 좋다.


Q. 미니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테크노, 팝, 힙합, 일렉트로닉 등 굉장히 다채로운 장르 경계를 오가고 있는 작업물처럼 보인다. 트렌드를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르세라핌만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중점을 두었던 음악적 요소들을 설명해 줄 수 있을까?


K-POP 아티스트들은 원래 굉장히 다채로운 장르를 다루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장르든 K-POP화 되었을 때 나타나는 클리셰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감성적으로 또 기술적으로 많이 경계하며 조금 더 본질적인 것들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심플한 구성과 약간은 절제된 사운드를 통해 고급스러운 느낌과 트렌디함을 잃지 않는데 중점을 두며 작업했다.




Q. 수록곡 중 특히 “The World Is My Oyster”나 “The Great Mermaid” 같은 경우 인디 댄스나 신스 웨이브 혹은 미드 템포 테크노 튠에서 크게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한 프로듀서 `13`의 개인적 취향이나 장르 선정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분명히 베이스 하우스, 테크노, 하이퍼팝 등 인디적인 장르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템포의 레인지를 대략 정하고 나면 큰 카테고리 안에서 장르는 자연스럽게 좁혀지게 되고 이런저런 상의를 하고 떠오르는 리프에 따라 세부적인 장르 혹은 스타일도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 같다. 팝음악을 하는 프로듀서로서 90년대에 음악을 집중적으로 듣고 자랄 수 있었던 세대인 것은 행운이다. 큰 틀로만 나열해도 팝, 록, 힙합, R&B, 일렉트로닉 등과 그것들의 무수한 세부 장르들이 현대적으로 맹렬히 발전하던 시대를 접하며 살아오다 보니 편견 없이 다양한 음악을 사랑하고 다루게 된 것 같다.


Q. 공간을 빈틈없이 메꾸는 최근 일부 K-POP 음악의 프로덕션 트렌드와는 대조적으로 굉장히 미니멀한 구성을 선보였다.



장르적 경계보다도 사실 이 부분이 데뷔 앨범 FEARLESS를 작업하면서 음악적으로 가장 크고 중요한 의미이다. 이제 시작하는 팀인 르세라핌의 스토리와 메세지, 그리고 그들의 캐릭터에 집중하게 하기 위해서는 구성이나 편곡적인 부분들은 미니멀해질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었다. 또 간결하게 그 아티스트 본연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고 전달하는 것이 세계적인 팝 트렌드 안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


Q. 하이브 산하의 레이블들은 앨범이 전달하고하는 ‘메시지’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앨범의 메시지를 간단하게 요악한다면? 그리고 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 어떤 음악적 장치들을 사용했는지 설명을 부탁할 수 있을까?




‘르세라핌’이라는 팀 이름은 IM FEARLESS라는 문구를 애너그램화한 네이밍이다. 그리고 FEARLESS는 르세라핌의 타이틀곡이자 팀 이름이기도 하다. IM FEARLESS는 세상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르세라핌의 자전적 메시지로 자기 확신과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일단 타이틀곡에서는 오버드라이브 베이스 리프의 그루브가 곡 전체를 힘있게 끌고 가는데 요즘의 케이팝 사운드의 경향성과 비교해 봤을 때 굉장히 FEARLESS 하지않나 생각한다.


Q. 흔히 K-POP 프로덕션 과정에서 곡과 탑라인 메이킹이 끝나면 걸그룹은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연습을 할 뿐이라는 편견이 있지 않나, 르세라핌 구성원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소통하면서 작업을 진척시켰는지?




르세라핌은 음악을 통해 본인들의 이야기를 내는 팀이다. 앨범의 컨셉, 하고 싶은 말, 이루고자 하는 목표 등 많은 부분들이 멤버들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실제로 곡 작업에 참여한 멤버들도 있다. 이번 데뷔 앨범에는 작사에 참여한 멤버들이 있으며 앞으로도 작사 작곡 등 멤버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앨범들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Q. 보여지는 이미지가 중요한 걸그룹들이 음악 제작 과정에서는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작업에 임하는지 궁금해 할 만한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 그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알 수 있었던 르세라핌에 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소개해도 흥미로울 듯 하다.


르세라핌 멤버들과 작업하면서 멤버들의 열정에 감탄한 적이 아주 많다. 대표적으로 한 두 사례를 꼽자면 사쿠라 씨의 경우 가창과 그와 직결된 한국어 발음의 발전을 위해 한국어 선생님이나 보컬 트레이너와 밤낮 할 것 없이 개별적으로 영상 통화로까지 연습하고 트레이닝 받으며 노력했고 실제로 눈에 띄는 실력 향상이 있었다.




채원씨의 경우는 보컬 스타일을 바꾸는 데 많은 노력을 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 초반에는 여러모로 힘들어 보였지만 확신을 가지고 노력한 결과 현재 더 발전된 자기 것을 찾아냈다고 생각한다. 모든 멤버들이 제작과정에서 엄청난 집중력과 빠른 성장을 보여줘서 데뷔 시점이 되었을 때 준비가 다 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Q. 10년이 넘는 동안 여러 그룹들의 프로듀싱 작업을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르세라핌의 앨범 프로듀싱 같은 경우 다른 그룹들보다 더욱 신경썼던 부분이 있다면? 반대로 르세라핌 구성원들이 더욱 신경 썼던 부분이 있다면?



프로듀서로서 좋은 음악이 있어야 퍼포먼스나 비쥬얼 등의 요소들도 더욱 더 힘을 받고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큰 책임감을 느끼며 작업했다. 장르에 제한을 둔다든가, 사람들이 이 앨범을 어떻게 평가할지 미리 고민을 한다든가 하는 점에 너무 얽매이지는 않으며 작업했기 때문에 좀 더 진정성 있는 음악으로 완성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Q. 배경이 서로 다른 멤버들을 하나의 앨범 안에 융화시키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듯 하다. 이와 관련하여 프로듀서진, 그리고 르세라핌 구성원들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시작은 누구에게나 어색하고 쉽지 않은 일이다. 멤버들 간에도 어색한 시간들이 있었겠지만 하나의 목표를 두고 고된 준비를 거치며 동지애도 생겼고 프로듀서로서 르세라핌 구성원들과도 멋진 원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런게 음악의 힘이 아닐까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Q.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프로듀서로서 커리어를 쌓아 나가고 싶은 자라나는 재능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을 제공한다면?



문화적, 사회적 트렌드, 패션, 서브컬쳐, 사람들의 생각 등 본인이 다루는 음악과 접점이 있거나 어쩌면 조금 동떨어진 분야나 수많은 현상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는 게 오히려 음악적인 영감에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많은 집중력을 요하는 직업이라 음악 외적인 일들에 대해서는 다소 드라이해지고 시야도 좁아지기 쉽다. 삶의 밸런스와 템포를 음악과 잘 맞물리도록 유지하는 것이 프로듀서에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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